러브레터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는 러브레터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편지'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유의어로는 연애편지, 연서 등이 있다. 러브는 사랑이고, 레터는 편지이니 요컨대 러브레터는 사랑을 담은 편지라고 할 수 있겠다. 에반이 조이에게 러브레터를 쓰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간단했다. 직접 전할 용기가 없으니까. 면대면으로 보고 이야기한다면 에반 핸...
사람의 의식이란 이상하다.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하던 일도 의식하게 되면 어색해져서 맥을 추릴 수가 없다. 들숨과 날숨의 박자라든가 혀나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눈은 언제 깜빡여야 하는지 등 말이다. 한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자연스러운 방법을 잊어버리는 건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한영원이 이를 신경 쓰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
정태주가 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도강재가 동천에 들어온지 1년여 즈음 되었을 스승의 날이었다. 몸 상태를 핑계로 훈련을 슬쩍 빠진 도강재는 체육관을 빠져나가 정태주의 집으로 향했다. 그 길에 카네이션을 샀는데, 다발이나 아기자기한 화환도 아닌 그저 초라한 몇 송이를 사서 품에 안고 갔다. 결국 집 앞에 도착한 도강재는 꽃을 들고 있지 않은 왼...
정태주는 꽃을 싫어했다. 꽃은 너무 쉽게 변했기 때문이다. 정태주는 변치 않는 것이 좋았다. 정태주는 꽃의 아름다움이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정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시들어 죽은 꽃마저 계속 갖고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들 꽃이 시들면 어쩌겠는가. 평생 붙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쓰레기통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리...
‘나만 살아남은 건 비겁한 거야.’ 앤은 그런 말을 종종 하곤 했다. 앤은 ‘어디에서’ 살아남았는지 항상 언급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았다. 졸리로저 호, 그 해적선에서 살아남은 것을 후회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도 생존자이므로 앤‘만’ 살아남은 것은 아니지만 앤은 늘 그렇게 말하고 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더욱 비겁한 방법으로 살아남지 않았는가. 물론 이...
가을이 무르익은 나무는 어느새 불그스름한 색으로 덧입혀져 있다. 여름처럼 너무 덥지도 않지만, 겨울처럼 너무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이 연일 계속됐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낙엽이 제 차례를 기다렸다는 듯 떨어진다. 아드리앙은 가을을 좋아한다. 적당한 온도하며 낙엽이 발에 채여 내는 바스락 소리가 아드리앙 귀에 착 감긴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다면 ...
무엇이든 항상 처음이 중요하였다. '처음'은 처음이기에 의미가 있었다. 첫 만남, 첫사랑, 첫 키스, 첫날밤…. 카구라는 사람들이 ‘처음’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었다. 처음이라는 말은 듣기만 하여도 심장이 간질거리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카구라에게 첫눈이란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첫눈, 첫눈이란 얼마나 설레...
로즈는 닥터의 옆모습을 샅샅이 훑었다. 그 시선은 붉은 색이 아닌 머리카락에서부터 시작하여 잘 빠진 코트와 넥타이를 지나 발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길 반복하였다. 닥터는 그 눈빛이 꽤나 곤혹스러웠지만, 어쩐지 그만 두라고 말 할 수가 없어 어정쩡하게 그 시선을 받아내었다. 그리고 로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이지 뜬금없었다. "닥터도 병에 걸려?" 닥터는...
앞으로 절대 뒷내용 안 이을 것 같은 글들 모음 루카마리 1. 마리네뜨와 아드리앙의 결혼식에 쓰일 축가를 쓰는 루카 내가 꿨던 건 정말로 헛된 꿈이었을까. 이렇게까지 작업의 진척이 없는 일은 이례적이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떠올라 문제지. 억지로라도 밝은 선율을 짜내어도 슬픔이 꼬리표 마냥 쫓아다녔다. 결혼식에 쓰일...
오작교(烏鵲橋): 까마귀와 까치가 은하수에 놓는다는 다리.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하기 위하여 이 다리를 놓는다고 한다. - “긴쨩 제발!” 모 만화 영화에 나오는 눈이 초롱초롱한 고양이를 본 적 있는가. 고 앙큼한 것은 최대한 불쌍한 척 눈을 빛내며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 카구라는 짐짓 그 고양이에 빙의해 긴토키에게 무언가를 졸라대었다. 그 무언가가 무...
지붕 위를 거니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아드리앙으로선 느껴볼 수 없었던 짜릿함에 봉을 늘렸다 줄였다하며 밤바람을 쐬는 건 내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종종 순찰하던 레이디버그와 마주쳤기에 더욱 좋았는지도 모른다. 늘 '혹시'라는 마음을 품고 지붕 위를 마치 제 마당처럼 뛰놀았다. 여느 때와 같이 동네를 몇 바퀴 돌고 학교를 위해 싫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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